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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브랜드가 된 한지, 한지 브랜드 프로젝트
작성일 : 2022-01-27 조회수 : 412
Special Report
브랜드가 된 한지, 한지 브랜드 프로젝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셸 프루스트는 말했습니다.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이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이 2020년 5월, 북촌에 개관한 한지문화산업센터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지라는 우리의 전통을 21세기 문화와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봤기 때문이지요. 한지 브랜드 프로젝트는 이 매력적인 공간에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전문회사 ‘스튜디오 fnt’는 라이프스타일 셀렉트숍 TWL과 협업을 통해 한지문화산업센터와 전국 19개 한지 공방의 엠블럼 및 샘플북을 디자인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장 印章(Stamp)’을 모티브로 하는데, 이는 옛 글이나 그림을 마무리 지으며 인장을 찍은 것에 착안한 것이죠.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담은 성명인이나 호를 담은 호인, 시 구절이나 명언을 새긴 명구인, 바람이나 길조를 뜻하는 길상인 등 다양한 용도로 인장을 찍었습니다.





주(主)인장 역할을 하는 한지문화산업센터 대표 심벌은 한지의 첫 영문자인 H와 J를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문과 영문 로고 타입은 유연하고 섬세한 한지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반영해 눈길을 끌죠. 응용 시스템으로 개발한 부(副)인장들은 한지의 특징과 역사, 문화 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직관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래픽이 인상적입니다.





19개 전국 전통 한지공방의 인장들도 매력적입니다. 디자이너는 지역 전통 한지의 특징이나 지역성 등을 포함한 공방의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장지방’은 인물 캐릭터를 삽입해 가업을 이어 가는 공방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덕치전통한지’는 한지를 만들 때 우물물을 사용하는 특징을 고려해 우물 모양의 아이덴티티를 개발한 식입니다.
 
한지문화산업센터 소식지에서 인터뷰한 지역 공방들의 기사를 읽으며 각 인장에 담긴 의미를 유추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듯합니다.
 






스튜디오 fnt와 TWL은 함께 전주 성일한지의 종이에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입혀 ‘가깝고 아름답고 유용한 종이’, 오리지널 한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서 깊은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맞물리며 천년 종이 한지의 다음 천년을 기대하게 해주었습니다.
 
한지 브랜드 구축을 위해 고민하고, 개발하는 과정 전반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스튜디오 fnt를 만나보았습니다.

 
 

Interview
스튜디오 fnt

 
한지문화산업센터 BI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이 프로젝트는 국내와 해외, 종이를 사용하여 여러 작업을 하는 전문가와 일반 대중 모두를 대상으로 한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우수성과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때문에 한지의 로고 및 심벌 역할을 하는 ‘주 인장’과 함께 한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의 매개가 되는 ‘부 인장’의 개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한지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 사람은 어떤 인장을 갖고 있을지, 그 인장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즐겁게 상상하며 작업했습니다. 조형적으로 인장의 고전적인 멋과 동시대적 미감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며 디자인했고요.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KCDF의 안내와 답사를 통해 각 공방의 특징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공방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의 지향 등을 고루 살펴 담백하면서도 개연성 있게, 때로는 약간의 유머를 곁들여 디자인하려 애썼습니다. 각 공방에서 디자인을 보시고 ‘우리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주시길 바랐습니다. 가장 고심한 부분이거든요.
 
무엇보다 인장을 그래픽 모티브로 삼은 점이 흥미로웠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지 뿐 아니라 한지를 사용한 여러 사례들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한지가 곧 종이이고 글과 그림을 담는 기본 재료이던 옛 시절의 작품들을 많이 보았는데, 대부분 작품의 ‘마침표’가 인장이란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례로 추사의 불이선란도에는 추사의 인장 뿐 아니라 이를 소유했던 사람들의 인장이 여럿 등장하는데 각 인장들의 조형, 배치, 함의가 작품의 맥락을 한층 깊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장에 관심이 많았던 추사는 180개 이상의 인장을 사용했던 이른바 ‘인장덕후’였다고 하네요.
 
또 다른 예로 헌종 때 발간된 대규모 ‘인장 아카이브’인 보소당인존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 수록된 인장들은 형태와 비율이 매우 재미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자체로 14세기 고려말부터 헌종에 이르기까지의 주요한 인물 600여명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이름을 새겨 사용하는 도장과 비교해보면 당시의 인장은 이름을 담은 성명인이나 호를 담은 호인 뿐 아니라 자신의 서적이나 서화임을 표시한 수장인, 시 구절이나 명언을 새긴 명구인, 바람이나 길조를 뜻하는 길상인 등 광범위한 유형이 존재하고 디자인 또한 유연하며 쓰임이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TWL은 19개 공방의 인장을 디자인했는데 그 과정도 알고 싶습니다.
인장들을 접하며 전체 브랜드 디자인을 견인할 강력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존재와 지향을 함축한 조형’이란 점에서 인장을 오늘날의 심벌이나 엠블럼과 비슷한 개념으로 해석했습니다. 한지 브랜드를 대표하는 동시에 주요 속성들을 암시하기도 하는 여러 인장을 만들게 된 배경입니다. 지리적 특징이나 건축적 양식 등 각 공방의 특징을 찾아 19개의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서 언급했듯, 이 프로젝트가 그저 기관과 일부 전문가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한지의 미래에 장기적 도움이 되길 바랬습니다. 전통 유산을 넘어 현재에도 그 가능성과 역할이 무궁무진한 좋은 재료인 한지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도 이후 몇몇 클라이언트와의 또 다른 프로젝트 및 저희 내부 작업에 한지를 사용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KCDF를 주축으로 여러 한지 공방,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로부터, 스튜디오오유경 등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 진행되었습니다. 한지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많은 분들의 시간과 노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interview] 한지계의 다빈치, 전주전통한지원
한지문화산업센터 소식지 제3호 - 전통과 창작 사이, 이 시대의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