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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버릴 것과 지킬 것을 가늠하다, 성일한지
작성일 : 2021-10-05 조회수 : 53
한지 장인을 만나다 - 6편

한지문화산업센터는 한지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을 잇고 있는 전국의 한지 공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지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19개 공방의 역사와 철학, 특징 등을 하나하나 짚고 있죠. 그 두 번째 순서로 문경전통한지, 성일한지, 신풍한지, 신현세전통한지, 안동한지 등 총 5개 공방을 소개합니다.
 
고궁한지 / 대성한지 / 대승한지마을 / 덕치전통한지 / 문경전통한지 / 성일한지 / 신풍한지 / 신현세전통한지 / 안동한지 / 용인한지 / 원주전통한지 / 원주한지 / 이상옥전통한지 / 장지방 / 전주전통한지원 / 천양피앤비 / 천일한지 / 청송전통한지 / 청웅전통한지
 

버릴 것과 지킬 것을 가늠하다, 성일한지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전수하는 모습도 분명 아름답지만, 유연하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 역시 역사를 잇는 또다른 방식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버릴 것과 지킬 것을 섬세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성일한지 최성일 대표는 현명한 태도로 한지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성일한지를 운영하신 건가요?
사업자등록증 상으로는 1988년 2월 2일이지만, 사실 아버지 세대에서 훨씬 오래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죠. 제 윗대에서는 사업자 없이 운영을 하셨던 거죠. 아버지는 고령이시라 현업에서 물러나셨고 저와 아내, 아들, 여동생, 그리고 제수씨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흑석골에서 한지를 만드셨나요?
네, 사실 아버지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는지 잘 모르지만, 흑석골에서는 종이를 만드는 게 아주 흔했어요. 지역의 과반수가 한지 만드는 일에 종사했을 정도이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흑석골에서 종이 만드는 사람만 200명은 족히 됐을 거예요. 그때가 최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죠. 

오폐수 환경 단속이 한지 공방이 줄어든 데에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요?
그것도 있지만, 중국과 국교수립을 맺었던 시점이 맞물린 탓이 컸던 것 같아요. 중국의 저가 종이가 밀려 들어오면서 저희처럼 가족 단위로 경영을 하는 공방들이 많이 어려워졌죠.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형락

그래서 그런지 공방 한 편에 반자동 기계가 비치되어 있네요.
원래는 전부 손으로 만들다가 기계를 놓은 지 한 10여 년 됐어요. 저는 전통한지의 틀을 벗어나지 않되 조금 더 개선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한지 제작에서 방망이를 두드리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걸 기계로 치든, 손으로 치든 마찬가지이거든요? 매일매일 종이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걸 후손들에게도 똑같이 방망이로 두들기고 있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저는.  

종이 사이즈는 몇 개나 되나요?
원 재료는 모두 동일한데 사이즈는 10가지 정도 됩니다. 120호까지 있죠. A4, A3, A2…. 저희는 큰 종이, 두꺼운 종이, 아주 얇은 종이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어요. 제작 과정이 힘들어서 남들이 기피하는 것을 많이 만들죠.

두꺼운 종이는 어디에 쓰나요?
한국화에 주로 쓰죠. 두꺼운 것은 채색화에, 얇은 것은 수묵화에 쓰여요. 아무래도 퍼지는 정도가 적은 두꺼운 종이가 물감을 사용하는 채색화에 유리하고, 곱게 퍼져 나가는 느낌을 내기에는 얇은 종이가 좋으니까 말이죠.

 
 
©최형락

사실 요새 경기가 안 좋잖아요? 한지 생산과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요?
보통 미대에 진학할 때 실기 시험을 보잖아요? 그런데 보통 한국화 실기 시험에 쓰이는 종이는 펄프로만 만든 국적 불명의 종이입니다. 우리 한국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그 종이에 연습을 하고 시험을 보고. 저는 그건 좀 아니라고 봐요. 이걸 제대로 된 한지로 교체하면 어떨까 해요. 학생들도 진짜 우리 종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생산자의 수익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죠. 소비도 촉진되고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신복천변2길 18-31 (우편번호 54846)
전화 | 063) 214-3869
 

* 이 인터뷰는 한지문화산업센터가 2019년 19개 한지 공방을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발췌·재구성한 것입니다. (진행 : 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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